강원도 감자전, 노릇하게 부쳐낸 한 장의 맛
강원도에 가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감자전입니다. 감자를 주재료로 만든 음식이니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강원도에서 먹는 감자전은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이번에 속초중앙시장을 둘러보다가 감자전을 맛봤습니다. 가격은 한 장에 6,000원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바로 부쳐내는 감자전을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프라이팬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감자전이었습니다. 가장자리부터 갈색으로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데, 시장을 걷다가 이런 냄새를 맡으면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감자전은 어떻게 만들까
감자전의 기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감자를 깨끗하게 씻은 뒤 껍질을 벗기고 곱게 갈아줍니다.
곱게 간 감자는 그대로 부치기도 하지만 물기를 적당히 빼주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감자에서 나온 물을 잠시 가라앉히면 밑에 전분이 남는데, 이 전분을 다시 감자와 섞어주면 감자전이 쉽게 부서지지 않고 쫀득한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뒤 감자 반죽을 얇게 펴줍니다.
처음부터 너무 두껍게 부치면 속까지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겉만 지나치게 익을 수 있습니다. 적당한 두께로 펼쳐 앞뒤를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감자전은 겉과 속의 식감 차이가 매력입니다. 바깥쪽은 기름에 구워져 바삭하고 고소하며, 가운데 부분은 감자 특유의 쫀득하고 부드러운 맛이 남아 있습니다.
왜 강원도 감자전이 유명해졌을까
감자전이 강원도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강원도의 자연환경과 농업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강원도는 산지가 많고 특히 산간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논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감자는 중요한 작물이었습니다. 감자는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생육기간도 짧은 편이어서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한 식량이 됐습니다. 쌀이 귀했던 시절에는 감자를 삶아 먹기도 하고, 감자를 으깨거나 갈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자를 갈아 팬에 부쳐 먹는 음식도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감자전은 단순히 감자로 만든 전이 아니라 강원도 산간지역의 식생활과 농업환경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감자전이 강원도에서만 만들어진 음식은 아닙니다. 감자가 전국적으로 재배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감자전과 비슷한 음식이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강원도를 감자전의 유일한 원조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강원도가 감자전으로 가장 강한 지역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만난 감자전 한 장
이번에 속초중앙시장에서 먹은 감자전은 한 장에 6,000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바로 부쳐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전을 데워 먹는 것과 팬에서 막 나온 감자전을 먹는 것은 식감에서 차이가 큽니다. 노릇하게 익은 감자전을 젓가락으로 잘라보면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쪽은 부드럽고 쫀득합니다. 뜨거울 때 한 조각을 먹으면 감자의 담백한 맛과 고소한 기름 향이 함께 느껴집니다. 자극적인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감자의 맛이 더 잘 살아납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짭조름한 맛이 더해져 감자의 담백함과 잘 어울립니다. 6,000원이라는 가격도 시장에서 갓 부쳐낸 감자전 한 장을 생각하면 여행 중 간식이나 간단한 먹거리로 부담스럽지 않은 편입니다.
감자전과 막걸리가 잘 어울리는 이유
감자전을 이야기하면서 막걸리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전과 막걸리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맛의 대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감자전은 기름에 부쳐내기 때문에 고소하고 묵직한 맛이 있습니다. 여기에 막걸리의 은은한 단맛과 산미가 더해지면 입안에 남아 있던 기름진 느낌을 부드럽게 씻어줍니다. 특히 감자전은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막걸리의 맛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한 조각 먹고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면 감자의 담백한 맛과 막걸리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강원도 여행에서 감자전과 막걸리를 함께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전과 막걸리가 생각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빗소리가 전을 부치는 기름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따뜻한 전과 시원한 막걸리가 주는 조합 자체가 워낙 자연스럽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강원도에 가면 감자전을 먹어봐야 하는 이유
강원도의 감자전은 화려한 음식은 아닙니다. 감자를 갈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기름에 부치는 비교적 단순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와 제대로 된 조리법이 만나면 단순함이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특히 시장에서 갓 부쳐낸 감자전은 집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감자전과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팬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고, 뜨거울 때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시장 음식의 장점입니다.
속초중앙시장을 찾는다면 닭강정이나 오징어순대 같은 유명한 먹거리만 찾기보다 감자전 한 장도 한번 맛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한 장에 6,000원.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 한 조각에 간장을 살짝 찍고, 옆에 강원도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강원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향토음식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