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의 가을 농장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들판의 색깔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찾은 농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5년생 사과대추 나무였습니다. 아직 완전히 붉게 물든 열매도 있었지만, 초록빛과 붉은빛이 어우러진 대추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무척 탐스러웠습니다.
5년생 사과대추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
농장에 들어서자 가장 반가운 것은 역시 사과대추였습니다.
5년 정도 자란 사과대추 나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열매가 달려 있었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열매가 달린 나무도 있었고, 잎 사이를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큼지막한 대추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사과대추는 일반적인 대추보다 열매가 크고 둥글어서 이름 그대로 작은 사과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본 대추들은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아직 수확 시기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닌데 주먹만큼이나 커 보이는 열매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으니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습니다.
손으로 하나 따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농부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한 해 농사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요한 시기일 것입니다. 조금 더 햇볕을 받고 색이 제대로 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붉고 먹음직스러운 사과대추가 될 것입니다.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열매 하나하나의 크기도 제법 달랐습니다. 햇볕을 잘 받은 곳의 열매는 붉은빛이 진하게 돌았고, 잎에 가려진 열매는 아직 초록색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습니다. 모든 열매가 똑같은 속도로 익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자기만의 속도로 가을을 맞고 있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서산의 논
사과대추 나무를 둘러보고 농장 주변을 바라보니 또 다른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논의 벼였습니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맑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햇볕을 충분히 받은 벼들이 어느새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들판 전체가 황금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농촌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봄에 모를 심고 여름 내내 논을 관리한 뒤, 가을이 되어 고개를 숙인 벼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도시에서 바라보는 사람과는 또 다를 것입니다.
논을 가득 채운 벼를 보고 있으면 ‘올해도 풍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아직 수확을 하기 전이지만 들판의 색깔만 보아도 가을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벼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멀리서 보면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시에서는 가을이라고 하면 단풍이나 높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먼저 떠올리지만, 농촌에서 만나는 가을은 조금 다릅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가을의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겨울 마늘을 준비하는 밭
농장 주변에는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밭도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겨울 마늘을 심기 위한 밭 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농기계가 지나간 밭은 흙이 고르게 정리되어 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잘 정돈된 밭이 마치 예쁘게 화장을 한 아릿따운 아가씨의 얼굴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저 흙을 갈아놓은 밭일 뿐이지만, 농부에게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마늘이 자라날 중요한 터전입니다. 울퉁불퉁했던 땅을 고르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놓은 뒤 적당한 시기에 마늘을 심게 될 것입니다.
한 해의 농사가 끝나가는 동시에 또 다른 농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농촌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가을을 바라보며 한 해가 저물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농부에게 가을은 단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아닙니다. 수확과 함께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주먹만 한 사과대추가 알려주는 가을
다시 사과대추 나무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정말 탐스럽습니다. 주먹만큼이나 커 보이는 대추들이 가지에 빼곡하게 달려 있고, 붉은빛을 머금은 열매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사과대추가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농촌에서 보내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5년 동안 자란 나무가 올해는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계절을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마침내 큼지막한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농사는 기다림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씨앗을 심었다고 곧바로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무를 심었다고 바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걱정이고, 비가 부족해도 걱정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갑자기 추워져도 농부에게는 모두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가 맺혔으니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특별한 감동이 있습니다.

가을은 농촌에서 가장 아름답다
이번 서산 농장 방문에서 특별한 관광지를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5년생 사과대추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큼지막한 열매와 맑은 하늘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벼, 그리고 겨울 마늘을 심기 위해 말끔하게 정돈된 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과대추는 여름의 초록을 지나 가을의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논의 벼는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밭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수확을 기다리는 농작물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밭이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이 농촌의 가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주먹만 한 사과대추가 가지마다 탐스럽게 달려 있는 모습은 이번 가을에 본 풍경 가운데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맑은 하늘, 황금빛 논, 잘 정돈된 밭 그리고 붉은빛으로 익어가는 사과대추.
충남 서산의 가을은 그렇게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나뭇잎의 색이 변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 해 동안 농부가 흘린 땀의 결과가 들판과 과수원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만난 서산의 농촌 풍경은 바로 그런 가을의 의미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