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직접 겪은 오버투어리즘 대책과 우회 방법

이탈리아 직접 겪은 오버투어리즘 대책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몇 번이나 관광버스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피렌체에서는 대형 관광버스를 외곽에 세워두고 트램으로 갈아탔습니다. 아말피에서는 큰 관광버스에서 내려 중소형 버스로 옮겨 탔습니다. 로마에서는 관광버스가 외곽에 대기하고 있어 결국 밴을 이용하는 옵션 관광을 선택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일행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각각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여행할 때는 각각의 이유를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관광버스가 왜 여기까지만 들어오는지, 왜 굳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지, 왜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데리고 다니지 못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이탈리아의 관광정책을 찾아보면서 이 경험들이 하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오버투어리즘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도시들은 관광객을 무조건 줄이는 대신 관광객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움직이는 방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에서는 관광버스를 두고 트램 탑승

피렌체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탄 대형 관광버스는 피렌체 중심부까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외곽에서 버스에서 내린 뒤 트램으로 갈아타고 중심부로 이동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교통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렌체는 실제로 관광버스와 관광용 차량의 도심 진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역사 중심지에서는 관광객을 태운 차량의 운행과 정차가 제한되고 있으며, 관광용 리크샤나 골프카트 같은 차량도 별도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피렌체가 관광객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관광객은 그대로 들어옵니다. 대신 대형 관광버스가 좁은 역사도시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을 줄입니다. 제가 경험한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뒤 트램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관광객의 이동수단을 바꿔버린 것입니다. 피렌체의 역사 중심지는 관광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곳입니다. 여기에 대형버스까지 계속 드나들면 차량과 보행자가 같은 공간에서 뒤엉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버스는 외곽에 두고 관광객은 대중교통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여행객에게는 환승 한 번이 추가되지만, 도시 입장에서는 대형버스의 도심 진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말피에서는 대형버스에서 작은 버스로 환승

아말피에서는 피렌체와 다른 방식의 규제를 경험했습니다. 이번에는 트램이 아니라 버스 자체를 바꿨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대형 관광버스에서 내려 중소형 버스로 갈아탄 뒤 아말피 해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말피 해안도로를 직접 지나가 보면 이런 방식이 낯설지 않습니다.
절벽과 바다 사이에 만들어진 도로가 이어지고, 곳곳에 급격한 커브와 좁은 구간이 있습니다. 관광 성수기에 대형 관광버스가 몰리면 교통 흐름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아말피시는 관광버스의 승하차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승객 승하차 장소인 Flavio Gioia I에서는 10.36m를 초과하는 버스의 승객 승하차가 제한되어 있으며, 관광버스의 출입과 정차를 관리하는 BusPass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말피 해안의 교통 문제는 한 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렌토에서 포지타노, 아말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전체에 관광객과 일반 차량이 몰립니다. 여름철에는 자동차와 관광버스가 뒤엉키면서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것처럼 대형버스가 그대로 관광지까지 들어가는 대신 작은 차량으로 환승하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큰 버스의 숫자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차량 자체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로마에서는 결국 소형밴을 이용

로마에서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관광버스가 도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로마는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ZTL BUS 제도로 관리합니다. 관광버스는 구역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며, 콜로세움과 바티칸 주변 등 주요 관광지의 정차와 주차도 별도로 관리됩니다.
패키지여행객인 저에게는 이 규제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관광버스가 관광지까지 들어가지 못하니 다른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결국 별도의 옵션 관광을 선택하고 밴을 탔습니다.
당시에는 여행객 입장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대형 관광버스를 관광지 주변에 계속 세워놓는 것 역시 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서 패키지여행의 또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가 관광버스의 진입을 제한하면 여행사는 관광객을 다른 방법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셔틀이나 밴 같은 별도의 관광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실제 여행에서 경험한 옵션 관광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로마의 관광버스 관리정책이 있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을 여러 그룹으로 분산

베네치아에서는 차량이 아니라 관광객 그룹의 규모가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일행은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일정 인원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누고 각 그룹마다 현지 가이드가 붙었습니다. 한 명의 가이드가 수십 명을 한꺼번에 데리고 다니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베네치아는 역사 중심지와 일부 섬 지역에서 가이드가 동행하는 관광객 그룹을 25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10명을 초과하는 가이드 동반 그룹에는 이어폰 사용도 요구됩니다. 많은 사람이 좁은 장소에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통행 방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베네치아를 걸어보면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이유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골목은 좁고 다리도 많지 않습니다. 작은 광장이나 다리 입구에서 관광객 수십 명이 한꺼번에 멈춰 가이드의 설명을 듣게 되면 그 자체로 통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관광객 한 명이 지나가는 것과 30~40명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도시가 받는 부담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베네치아는 관광객의 그룹 규모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네치아 대운하
베네치아 대운하

 

네 도시에서 모두 다른 방법을 사용

여행을 다녀와서 네 곳에서 겪었던 일을 나란히 놓아보니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피렌체에서는 대형버스에서 내려 트램을 탔습니다.
아말피에서는 대형버스에서 중소형버스로 갈아탔습니다.
로마에서는 관광버스를 외곽에 두고 밴을 이용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가이드가 안내했습니다.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목적은 비슷합니다.
관광객이 특정 장소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대형버스를 줄이고, 차량 크기를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분산시키고, 사람들의 그룹 규모까지 줄입니다. 관광객 숫자를 직접 줄이지 않고도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혼잡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관광객에게는 불편한 규제

여행객 입장에서 이런 규제가 항상 편한 것은 아닙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목적지 앞까지 가면 가장 편합니다.
그런데 외곽에서 내려 트램을 타야 합니다.
큰 버스를 타고 왔다가 작은 버스로 갈아타기도 합니다.
로마에서는 추가 비용을 내고 밴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일행이 나뉘면서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움직여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패키지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하루 동안 겪는 불편이지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주민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대형 관광버스가 좁은 도로를 오가고, 수십 명의 관광객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유명 관광지 앞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멈춰 서는 일이 계속된다면 도시 자체가 관광객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이탈리아는 관광객을 막는 대신 이동을 관리

이번 여행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은 처음부터 오버투어리즘 대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관광버스가 불편했고,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번거로웠고, 로마에서는 옵션 관광을 하나 더 선택해야 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왜 일행을 나눠서 움직이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네 도시의 정책을 찾아보고 나니 각각의 경험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을 받되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피렌체는 대형 관광버스를 역사 중심지에서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합니다.
아말피는 좁은 해안도로의 특성에 맞춰 관광버스의 크기와 운행을 관리합니다.
로마는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과 정차를 제한합니다.
베네치아는 관광객 그룹의 규모를 제한합니다.
결국 관리하는 대상은 관광객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버스의 크기, 차량의 숫자, 이동 경로, 정차 장소, 관광객 그룹의 규모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보였던 이탈리아의 오버투어리즘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유명한 유적이나 광장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관광지에 들어가기 위해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트램을 타고, 일행을 나누어 움직였던 과정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여행이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불편함 자체가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많다고 해서 관광객을 모두 막을 수는 없습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은 관광객을 없애는 대신 관광객이 움직이는 방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형버스는 외곽에 세워두고,
필요하면 작은 차량으로 바꾸고,
대중교통으로 환승시키고,
많은 관광객은 여러 그룹으로 나눕니다.
여행객에게는 한두 번의 환승과 추가 비용으로 느껴졌던 일이 도시 입장에서는 관광객과 주민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조정하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겪은 몇 번의 불편한 환승을 통해 저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관광객이 너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많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버스, 좁은 길을 막아서는 대형 관광단체,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수십 명의 사람까지 모두 포함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관광도시들은 그 문제를 아주 현실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바꾸고, 이동수단을 바꾸고, 사람을 나누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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